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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 萬神02.

2014. 11. 21. 17:30 | Posted by 츄몬
*만신:여자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
*개인적인 해석과 스토리난무




to.계밍님





아이가 말했습니다. '저 사당안에는 우리를 지켜줄 만신님이 사신댔어요. 너무 높은 분이라 저같은 꼬마는 함부로 다가가면 안된대요. 근데요'아이가 작은 소리로 속닥였습니다. '몰래 만신님을 보러간 적이 있어요. 아주아주 예쁜분이셨어요! 근데요... 이번 만신님은 사내이신걸까요?'아이는 이야기를 하다 무언가가 생각난듯 고개를 처들었습니다. '아저씨들이 그랬어요. 만신님은 사당에서 나오시면 안된다고. 그곳에서 만신님이 나오시면 신께서 노하신다구요! ...하지만..사당안에 계시는 만신님은 괴로워보였어요. 거뭇한 것이 만신님을 괴롭히고 있었어요.' 아이는 울먹였습니다. '만신님이 울었어요. 사부사부-하면서 누굴불러가면서 괴로워했어요.'
울먹이는 아이가 부탁하는 말을 해보아도 어른들은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않았습니다. 이게 전부 우리를 위해서라면서.






萬神






안개낀 아침이 되면 잔뜩 괴롭힘당한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제 몸을 잡아먹는 귀를 피해서라도 하루하루 굿을 치루어야하기때문에.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아침만 되면 사당 문이 열리어 아침 해만은 볼 수 있도록 해줬다. 이것도 자기딴에는 배려다-이건가. 하하. 작게 웃음이 나왔다. 같잖지도 않다. 이딴 배려. 아니 배려같지도않은 이 거지같은 상황을. 하랑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매번 같은 패턴이었다. 굿을 치루고나면 사당으로 다시 끌려가 밤새 귀에게 범해지는 것. 그게 자신의 하루였다. 아직. 아직 사부에게조차 내어주지않던 꽃이였는데. 이리도 허망하게 더러운 것에게 빼앗겨버렸다. 사내인 자신이 첫 꽃이라 칭하는 것조차도 우스웠지만.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기다리지 못했을까. 후회해봐도 이미 엎질러져 사라진 물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이 귀가 자신에게서 나가주기만을 바랄뿐.

하얀 소복과도같은 옷깃을 잡아 끌어당겼다. 엉망으로 풀어헤쳐졌던 옷은 마치 사내에게 범해진 처녀와도 같아 마른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아니. 범해진 것은 맞으니 같은 꼴인가. 눈에는 보이지않을지 모르더라도 아마 사부는 느낄 수 있을것이다. 기라는 것이. 무엇때문에 바뀌었는지를. 알아차린다면.



'사부는...날 혐오할지도.'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귀접이라는 것이 제맘대로 할수있는 것도 아닌데다 지금의 하랑은 작은 령조차도 곁에 없어 다룰 수가 없으니 그저 귀들이 좋아하는 음기를 가진 잡아먹기에 좋은 남자아이일뿐이었다. 그러니 더러운 것들이 꼬일 수밖에. 가끔은 신이라 불리는 귀외에도 잡귀들이 꼬여들어 몸을 더듬고가곤했다. 그것이 얼마나 불쾌한지. 벌레가 온몸을 기어다니는 기분이었다.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분명 귀의 움직임일터. 기분나쁜 손길로 볼에서부터 턱까지 쓸어내렸다. 눈을 꼭 감고서 그것을 견뎌내니 키득이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점점 옷 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느낌에 얼굴을 찌푸렸다. 밤새 했으면 됐지않느냐. 제발 나를 가만히 놔주어.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니 입술을 꾹 눌러가며 속삭였다. 밤은 나의 시간이며 낮에는 네 몸의 재미를 탐할 잡귀들의 것이니 지금은 놓아주마. 선심쓴듯이 말하는 투가 기분이 나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당안으로 사라진 검은 기에 한숨을 푹 내쉬며 뜨겁게 달아오른 눈가를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아해야.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 귀찮게만 느껴졌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니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신호야. 신호야. 호랑아. 날 좀 구하러 와줘. 문앞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_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끊이질않았다. 분명 갈 곳을 알려주러하는 것이겠지. 벌써 하랑이 사라져 돌아오지않은지가 한달을 넘어서고 있었다. 공성에 나갈 자가 사라진 것도 문제였지만 자신의 제자가. 자신의 어린 연인이 돌아오지않는 것은 너무나도 큰 걱정이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니 그게 더 걱정을 키워갔다. 재단의 허락을 구해 하랑이 조금씩이나마 남긴 흔적을 따라갔다. 그러던 중 들려온 으르렁거림. 하랑의 힘. 하랑의 령인 신호의 울음소리였다. 왜 여기에...? 물어보아도 답은 돌아오지않았다. 령이 보이는 것이 아니니 들을 수도 없었다. 그저 걸을때마다 조금씩 멀어지며 방향을 알려주는데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하랑이 있을거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몇일을 걷고 걸어 으르렁거림이 멈춘 곳에 우뚝하니 섰다. 작디작은 마을.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아니였다. 역할정도로 검고 더러운 기였다. 이곳에 하랑이...? 검은 기로 가득찬 곳은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마을 입구에 서서 제 역할을 하지못할것같아보이는 장승을 보았다. 탄 것마냥 검은 것이 마을의 수호신이라 보기엔 어려웠다. 그때 마을에서 작은 아이가 나왔다. 머리를 곱게 땋은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티엔을 보자마자 달려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만신님 기가 보여요. 만신님이랑 아는 사이에요?아저씨?"



만신님? 아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를 몰랐다. 그저 당혹감에 아이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다급한 표정의 아이는 옷자락을 꽈악 잡고있다가 꾸욱 입술을 깨물었다. 보기에도 아파보여 물지말라 말하기도 전에 아이는 입술을 열어 다시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는 부적이 쳐져있어요. 마을을 지켜주는 것과도 같다 말하지만 아주 더러운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진짜 수호신이 들어오지못할정도로 더러운 것을요."



무슨 뜻이냐는 듯이 가만히 쳐다보았다.



"호랑이님이 여기있다는걸 알아요. 하지만 호랑이남은 들어가지못해요. 그 부적때문에. 또 신님때문에요."

"신님?"

"만신님이 받들고계신 신님이에요."



아이가 얘기해갈수록 조금씩 무언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만신님이라는 자가 하랑이라는 것도. 신호는 들어가지못한다. 자신조차도 들어가기에 꺼려지는 곳인데 그 귀들이며 더러운 것이 전부보이는 령들은 어떠할까. 아이의 손을 잡고서 만신님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거라. 부탁하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잡은 손을 끌어당겼다. 검은 안개같은 것을 지나치니 저멀리서 굿판을 벌릴때와 같은 북소리와 방울소리가 들러왔다. 왠지 저곳에 하랑이 있을 거 같다 느꼈다. 아이는 예상대로 그 굿판이 벌어지는 근처로 데리고 갔다. 여러 마을사람들이 모여있는 가운데에서 화려한 색의 한복을 껴입은 자가 방울을 들고 흔들며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얼굴을 가린 모자사이로 살짝씩 보이는 얼굴이.



"하랑!!!"



티엔을 뛰쳐나가기만들기에 충분했다. 티엔의 외침과도 같은 부름에 춤을 추던 하랑이 우뚝 멈춰서서 자신을 부른 이를 쳐다보았다. 시끄러워지며 사람들이 하랑을 끌고가려하고 티엔을 막는와중에 보인 티엔의 얼굴에 왈칵 눈물을 흘리며 티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부..사부!!사부!!!!"




막는 사람들을 밀쳐내며 달려가봐도 끌려가는 하랑이 저멀리 멀어져버려 잡을 수가 없었다. 우는 하랑의 얼굴이 애처로웠다. 더이상은 사람들이 다칠까 그런 걱정따윌하며 조심히 다룰 수가 없어져버렸다. 저리도 서럽게 우는 하랑이라니. 멀리서 보아도 헬쓱해진 하랑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왔다. 계속 막아대는 사람들을 밀어내며 하랑을 밀어넣은 곳으로 달려갔다. 작은 사당. 볼품없다할정도로 작고 낡은 곳이었다. 굳게 닫힌 문을 잡고 열려하니 꼼짝도 하질않았다. 덜컹이는 소리만 낼뿐인 문틈 사이로 하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지지마!싫어!!!"




몸부림치는 듯한 소리와 찢어질듯한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초조해져갔다. 또 분노가 차오름을 느꼈다.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님을 깨닫게 되자마자 손끝으로 기를 흘려보내어 힘주어 문을 쳤다. 꽁꽁 묶어놓은거마냥 움직이지않던 문이 덜렁거리며 열렸다. 더러운 기로 가득찬 곳에는 사당이라하기에도 부끄러운 그런 안이었다. 그곳에는 옷이 이리저리 풀어헤쳐진 하랑이 바닥에 엎어져 울고있었다. 무언가 끊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분노가 들끓어 잘못하다간 그 상대가 하랑이 되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갈며 하랑에게 다가가려하니 하랑의 몸이 위로 쑤욱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가볍게 들어올린 것마냥. 단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신님이라 불리는 것이 하랑을 저리 다루고 있다는 것을. 하랑의 눈이 탁하게 변하며 기분나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도 찾아왔구나. 이 계집을 찾아오기라도 한것이냐?"



'계집". 그것은 분명 하랑을 말하는 것이겠지. 하랑의 목소리임에도 다른 이라는 것을 알고있으니 나쁜 기분을 지워낼 수가 없었다. 키득이던 하랑. 아니 그 귀가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긴 뒤 헤쳐진 옷깃을 잡아 부러 보라는 듯이 아래로 내렸다. 한달전보다도 더 마른 하랑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과 자국. 그것은 분명... 정사의 증거였다.



"이 계집은 이미 나의 것이 되었어. 그럼에도 데려갈테냐? 이 나에게서."



건방지고 또 콧대가 한없이 높은 더러운 귀였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발자국 다가갔다. 자신의 어린 연인을 제자를 계집이라 칭하며 감히 '나의 것'이라 하고있다. 하랑은 자신의 것인데도. 더이상 분노를 누를 수가 없었다. 성큼성큼 다가가 어깨를 꽈악 잡았다. 하랑의 몸 안에 들어가있는 귀를 들여다보며 짐승과도 같은 소리를 내다 어이가 없어져버려 비웃음을 내었다.



"신호보다도 약한 것이 약한 틈을 타 꿰찼구나. 그런 주제에 감히 이를 드러내며 웃는것인가?"





...
생각보다 수가 늘어나고 있네용ㅇㅁㅇ...애매한데서 끊기...ㅠㅁㅠ.. 첫 꽃이란것이 무엇인지 알아들으신분들이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
뒷부분은 회지로 나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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