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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Blank space

2014. 12. 4. 01:44 | Posted by 츄몬
힘을 주어 꾹꾹 눌러 흰 종이에 이름 하나를 써내려갔다.


티엔 정


막상 쓰고나서보니 왠지모를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감기같은건 걸리지않았는데도 코를 들이마시며 검게 쓰여진 글자를 손으로 문질렀다. 마르지않은 액체가 번져 종이와 손을 더럽혔다. 이제는 알아볼 수 없는 글자를 가만히 바라보다 두손으로 구겨버렸다. 쓰레기통에 던져넣어버리곤 방에서 서둘러 나갔다.




Blank space




땀으로 젖은 얼굴을 삐져나온 셔츠를 끄집어당겨 닦아냈다. 흙먼지투성이인 셔츠로는 더 더럽히는 꼴이 되어버렸지만 그런 것따윈 신경쓸 틈이 없었다. 쉬는 척 시선이 향해있는 곳에 서있는 이때문인지 아니면 수련의 영향인지 가슴은 쿵쿵 뛰고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진정되질않는 가슴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이 놈의 가슴은 또 말썽이구만. 한숨을 푹푹 내쉰뒤 뒤로 벌러덩 누웠다. 이왕 더러워진거 어떠냐는 생각으로. 오늘따라 유난히도 하늘이 맑았다. 이대로 누워있고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주먹쥔 손을 위로 들었다. 검지 손가락만 펴 공중에 글씨를 썼다.


'티엔 정'.


하루도 빠짐없이 빈 공간에 적어넣는 이름이다. 공중에 쓰여진 이름은 눈에 보이지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공중이 아니라 가슴에 또 한번 그 이름이 새겨졌다는 것을. 손을 내려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워지지않는다. 아마도 먼 미래까지도 이 이름은 지워지지않을 것이다.









방 바닥이 온통 종이투성이었다. 흰 종이 사이사이로 보이는 검게 번져있는 글씨가 쓰여져있는 종이들을 주워들었다. 어느 종이하나에도 다른 글씨는 적혀있지않았다. 단 하나의 이름만 적혀있을뿐. 종이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손에서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들은 본래 제 모습을 잃어버렸고 힘없이 쓰레기통안으로 골인했다. 책상위에 굴러다니던 펜하나를 집어들었다. 빈 종이 한장에 꾹꾹 눌러 글씨를 썼다. 이번에는 소리내어서.



"티엔 정."




몇번을 불러도 질리지않는 울림.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름. 그리고 보고싶은 이.

손가락을 그 글자위에 대었다. 또 한번 새겨넣었듯이 불가능한 사랑이란 것을 새겨넣기위한 행동이었다. 번지게 만들어 흐릿해질 이름을 보기위해서.



"사랑해."



듣지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그때,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가 들어왔다. 안돼는데. 지금은. 다급하게 종이를 접어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침으로 축축해진 종이를 씹어 삼켰다. 맛없어... 뭐하고있냐며 다가온 그에 또 다시 쿵쿵. 요동친다. 번지게 만들지 못한 글자가 빈 공간에 세게 덧대어 새겨진 것일까. 무어라 말하는 그를 보면서도 그의 말은 귀에 들어오질않는다. 생각이란 것을 할 수도 없이 눈에도 가슴에도 담겨진 그에게. 말했다.



"사부. 나..."




........

으오앙ㅇㅁㅇ!!! 테일러 스위프트 노래중 balnk space란 곡이 있는데 빈 공간에 너의 이름을 적는다라는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티하로 끄적였네요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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